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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추격” 부르짖는 삼성전자, “재충전 휴가” 외치는 노조에 초격차는 어디로?

“TSMC 추격” 부르짖는 삼성전자, “재충전 휴가” 외치는 노조에 초격차는 어디로?

  • 기자명 전혜리 기자
  • 입력 2024.03.2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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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전자 서초사옥

작년 한 해 사상 초유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 한파를 넘긴 삼성전자가 20일 55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 가운데, 일각에선 ‘노조 리스크’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적자 탈출 등 업황 부진 파고를 넘고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갖춰야 하는 현 시점에서 삼성전자 노조 쟁의가 발목을 잡는 게 아니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요사이 떠오르고 있는 노조 파업 문제에 대한 회사 측 답변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정권의 강압에 의해 노조가 설립되고 이제는 파업까지 한다고 하는데 경영진 대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이에 이번 주총 의장을 맡은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은 “언제나 대화의 창을 열어두고 성실하게 소통에 임해 노조가 파업에 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상생의 노사관계를 가치에 두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업황 악화로 연간 15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냈다. 그럼에도 노조 측에 물가인상률을 상회하는 5.1% 인상안을 내놨다. 여기에 장기근속휴가 확대, 창립기념일 20만포인트 지원, 난임휴가일수 확대, 임신중 단축근무기간확대 등 다양한 모성보호제도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성과급 제도 개선 및 재충전 휴가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삼성 관계사 노조 중 가장 규모가 큰 단체다. 조합원은 20일 기준 현재 2만2445명이다.

주총 이틀 전인 지난 18일부터 노조는 내달 5일까지 조합원 대상으로 쟁의 행위를 묻는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조합원 투표에서 50% 이상 찬성하면 쟁의 행위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노조 측은 조합비 1억원으로 홍보용 전광판 차량 2대를 구입해 삼성전자 서초사옥과 주요 사업장, 신라호텔 등지에서 시위 중이다. 

1969년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이 일어날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업계에선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4% 감소한 6조5700억원을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6조319억원을 기록한 이후 10조원 미만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16년 만이다.

반도체 파운드리 부문에서 ‘글로벌 No 1’을 유지하고 있는 대만 TSMC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전자는 TSMC와 시장점유율 격차가 지난 2019년 44%에서 올해 51%로 더욱 커지며 아직도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이다. 아울러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 점유율은 좀처럼 반등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점점 심각해 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노사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합쳐야 살아남을 수 있단 분석이 나온지 오래다.

삼성전자 노조가 주장하는 임금 요구 수준 또한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경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한국 대기업은 임금이 157.6% 인상된 반면, 일본은 6.8% 하락했다. 

경총 측은 “삼성전자 노조 주장처럼 대기업이 무리한 임금인상을 지속할 경우, 임금 격차 및 이중구조 문제가 심화돼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삼성과 같은 고임금 대기업일수록 임금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청년 일자리 확대와 중소협력사 경영 여건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날 주총에서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은 “2∼3년 안에 반도체 세계 1위 자리를 되찾겠다”고 했다.

메모리는 HBM 기반으로 주도권을 찾고, 파운드리는 차세대 핵심기술 GAA를 활용한 모바일 AP 제품의 안정적 양산으로 TSMC를 추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하지만 주주와 시민들 사이에선 모든 위기 요소가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삼성전자 청사진이 노조 리스크란 새로운 장애를 만나는 게 아니냔 날선 지적이 나온다. 

이날 한 재계 관계자는 “올 한해도 글로벌 경제는 험난한 파고가 예상되는 가운데 아직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중대 기로에서 노사는 물론, 민관이 힘을 합쳐 국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지난날 눈부신 대한민국 경제 성장과 삼성 초격차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우리 모두 심각하게 자문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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