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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포스코 지주사 이전, 어디까지 가야해?

[기자수첩] 포스코 지주사 이전, 어디까지 가야해?

  • 기자명 하영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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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대위 '과격 퍼포먼스'에 지역 경제계·시민사회 경악..."선 넘었다"
"임직원도 포항으로?"...비현실적 주장에 각계각층 비판의 목소리
기업-지역 함께 가는 발전 위해서는 현실의 선에서 타협점 찾아야

포스코홀딩스가 포항 이전을 결정한지 약 3개월이 지났다.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포스코홀딩스는 본사 소재지를 서울에서 경북 포항으로 이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 1년간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군 본사 이전 문제가 마침내 평화로운 끝을 맞이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이후 약 3개월, 포항 이전을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전보다 더 심각해졌다.

지난 15일, 포항시 포스코 본사 앞에서는 '최정우 퇴출! 포스코 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소속 시민 3000여명이 모여 포스코의 '실질적 이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포스코홀딩스의 주소지가 포항으로 바뀌긴 했지만, 이는 보여주기식 주소 이전에 지나지 않으니 실질적인 시설과 인력이 모두 포항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들이 요구한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범대위는 최정우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과격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망나니 칼을 휘둘러 인형의 코를 자르고, 포스코 작업복을 입은 최 회장 역의 시민에게 곤장을 치는 퍼포먼스는 풍자라기엔 너무 과격해서 눈살을 찌푸리기 딱 좋은 광경이었다.

이날 범대위는 곤장 퍼포먼스를 벌이며, "최정우 회장이 조직과 인력이 함께 와야 한다는 시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껍데기 뿐인 이전을 행했다, 이는 포항지역을 무시하고 차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 회장은 국민기업 포스코의 정체성을 부정한 포항역적"이라는 표현도 썼다.

과도한 '서울중심주의'에 경각심을 가지고 지역 상생을 고민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인 만큼, 포항시가 포스코의 본사 이전을 얼마나 반겼는 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본사 이전이 결정됐을 때, 포항시 각계 각층에서는 앞다투어 환영의 뜻을 표하고 앞으로 '포스코와 함께 할 포항의 미래'를 그렸다.

그러나 범대위의 이런 과격한 퍼포먼스는 포스코 이전을 반기고, 함께 하는 미래를 그렸을 수많은 포항 시민들에게도 경악스러운 장면이었을 것이다.

포항제철소 협력사협회는 애초에 범대위의 집회 소식에 우려를 표하며 지난 9일 일찌감치 입장문을 내 "50만 시민 간 갈등을 부추기는 일체의 활동을 중단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협력사 협회는 범대위의 집회가 오히려 지역 사회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포스코노조도 범대위의 집회에서 이루어진 과격한 퍼포먼스에 "선을 넘었다"고 분노하며 그들의 주장이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과격한) 퍼포먼스는 포항 시민이기도 한 조합원들을 욕보이는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현재 서울사무소에 근무 중인 인력들의 이동을 요구하는 범대위 주장에 대해 "가족과 생이별이 수반되는 근무지 이동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짚었듯, 이 갈등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은 '포스코홀딩스 인력들이 어디에서 일하느냐'로 보인다. 현재 포스코홀딩스 임직원 약 200여명은 여전히 서울에 머물고 있으며, 회사 측은 그룹 지주사가 마땅히 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직원들의 포항 근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포스코홀딩스의 말대로, 다른 기업들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룹 경쟁력을 강화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지주사 임직원들이 모두 포항에 내려가 있어서야 현실적으로 업무 진행이 어려울 것이 뻔하다. 특히 포스코가 글로벌 기업들과 활발히 협력을 꾀하고 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업무적인 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이미 서울에 근무 중인 임직원들을 포항으로 내려보내려면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노조가 지적한대로 갑자기 가족들과 떨어져야 하는 직원들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온 가족이 포항으로 내려가겠다고 결정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포항 출신이 아닌 이상 연고가 없는 낯선 지역으로 내려가야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구성원도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역 근무를 강제하는 것이 젊은 우수인재들의 유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애초에 지방 근무를 염두에 두지 않은 이상, 먼 지역으로 내려가 근무를 하라고 했을 때 선뜻 알겠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포항시상공회는 "포항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시기에 지역분할과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범대위를 비판했다. 지역 경제계가 모두 등을 돌린 상황에서, 범대위의 과격한 퍼포먼스는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포스코는 포항을 대표하는 기업이고, 이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 없을 사실이다.

최정우 회장 역시 취임 직후부터 '100년 기업'을 외치며 지역주민과의 상생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내왔다. 

일부 이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본사 이전을 결정한 만큼, 포스코의 지역상생에 대한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그 의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찬물을 끼얹을 것이 아니라 발판을 마련해줄 차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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