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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 이재용 회장 재판, 토끼냐 사슴이냐

[기자수첩] 삼성 이재용 회장 재판, 토끼냐 사슴이냐

  • 기자명 전혜리 기자
  • 입력 2023.11.2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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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모여 사냥을 떠난다. 사슴을 잡을 수도,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 사슴을 잡으려면 협력이 필수다. 사슴은 모두가 각자의 위치를 잘 지켜야 한다. 반면 토끼는 혼자서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수렵채집사회에선 양이 월등히 많은 사슴을 사냥하는 게 이익이다. 하지만 눈앞에 토끼가 지나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망설임 없이 토끼를 쫓아간다. 자기 때문에 동료들이 사슴을 놓친다는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당장의 이익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18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장 자크 루소가 ‘인간 불평등의 기원’에서 제시한 상황이다. 이 책에서 루소는 수렵채집사회의 인간이 경쟁과 협력에 대해 처음으로 어렴풋이 배우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호 간의 약속과 그로 인한 이득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만 현재 눈앞에 보이는 이득이 그것을 요구하는 경우에만 국한되었다. 당시의 인간들에게 앞일을 내다본다는 것은 무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먼 장래의 일을 걱정하기는커녕 당장 내일의 일도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로 검찰 구형을 받았다. 이날 검찰은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사건"이라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사법부 선고는 내년 1월 26일이다.

이재용 회장은 다시  벼랑끝에 서게 됐다.

이 회장은  최후 진출을 통해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에게 일자리 제공할 책무가 있다. 초일류 기업과 경쟁하고 협업하며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를 더욱 선진화하는 경영, 소액 주주에 대한 존중, 성숙한 노사 관계 정착시켜야 하는 새로운 사명도 주어져 있다"고 흐느꼈다. 

이 회장 재판은 일부 소송 당사자는 물론, 불특정 다수인 우리 '이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한민국이 '토끼'보다는 '사슴'을 잡기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방대하다.  그 삼성을 이끌어가고 있는 인물이 이 회장이다. 

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은 경영권 확보 과정에서 수반된 사건이다.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외국계로 경영권이 넘어갔을 경우를 가정해 본다.

외국계 자본이 개입돼 삼성 본사가 해외로 이동하고 수많은 공장과 일자리들이 사라진다면, 한국경제는 끔찍한 상황에 직면할 게 분명하다. 매년 '삼성고시'를 기다리는 젊은 세대에게는 악몽이나 다름없다. 승계작업 과정에서 일부 소수가 눈물을 흘렸다면, 그 눈물은 닦아주며 대한민국이 '사슴'이라는 더 큰 이익을 얻어내는 해법은 없는 것일까.  

삼성 경쟁력은 외교 분야로도 확장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삼성 반도체 경쟁력을 레버리지 삼아 미국과 중국, 양대 강국 틈바구니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글로벌 외교무대에서 주목받는 요인으로는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한몫 한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민간 외교'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과 중동 순방부터 아랍에미리트와 스위스, 일본, 미국, 프랑스, 베트남 등에 동행하며 대한민국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 회장은 22일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을 수행하며 '부산엑스포' 유치활동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정권부터 정쟁 유탄을 맞아 이미 옥고를 치렀다.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은 대한민국 이익을 위해 올바른 선택지가 아닌듯 싶다. 

'초일류기업'으로 향해 가는 이 회장에 대한 사냥을 지켜봐 줄 때라고 본다.

 

[S저널=전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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